메뉴 건너뛰기

신문스크랩

교육의 눈-예술체험의 놀라운 효과


고동희 부평아트센터 관장

고동희 webmaster@incheonilbo.com                             인천일보                        2014년 07월 22일 화요일
 
고동희.jpg
"세상엔 동그라미만 있는 게 아니잖아. 세모도 있고, 네모도 있는 거지" "맞아. 세모나 네모여서 틀린 것도 아니고, 동그라미여서 맞는 것도 아니야" "나와 다르다고 무조건 틀린 걸까? 상배방의 다른 점을 인정해야 해"
상대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다소 철학적인 이 대화는 초등학교 1학년에서 6학년까지 마흔 명의 어린이들이 둘러앉아 재잘거리는 소리다. 그들이 연극학교 수업시간에 나눈 진지한 대화내용이다. 아이들 스스로 다른 친구들과 소통해가는 과정을 보고 있자면 자못 대견스럽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형제가 없거나 기껏해야 한둘 정도인 까닭에 요즘 아이들이 대체로 자기중심적이고 사회성이 없다고 걱정해온 게 부끄럽기까지 하다. 아이들의 소통은 한 발 더 나아간다. 스스럼없이 세모도 만나고 네모도 만난다. 고집스런 어른들이 세운 담을 넘어가 이웃들을 만나고 친구로 어울린다. 아이들 덕분에 어른들이 뒤늦게 세상사는 이치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의 생각이나 삶의 방식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차이를 인정한다.
예술교육의 효과는 상상 이상으로 놀라울 정도다. 때문에 모든 장르의 예술교육은 나름의 의미가 충분하다. 특히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앙상블을 이루는 예술교육은 수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공동체와 그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지혜를 쌓아준다.

부평아트센터가 5년째 이어오는 어린이 연극학교 또한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을 바꿀 정도로 놀라운 변화를 거두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5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에 만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면서 다른 친구의 생각을 경청하는 과정을 거쳐 무대공연을 만들어 발표한다. 그 과정에서 다른 친구를 배려하고, 힘든 것을 참아내고, 여럿이 함께 지혜와 힘을 모으고, 감사함을 나누고, 자신감을 키운다. 예술교육에선 누가 1등인가를 가르지 않는다. 간혹 우리 아이가 주인공이었으면 하는 어른들의 욕심이 드러날 때도 있지만, 아이들은 단지 주인공이 아니라고 내 역할이 없는 게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 이해한다. 예술교육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변화를 눈여겨보면 참 흥미롭다. 처음엔 대답도 제대로 못하고 손가락을 물어뜯으며 쭈뼛거리던 아이가 어느새 먼저 선생님을 부르며 달려오고, 엄마의 성화에 할 수 없이 나와서 어깃장을 놓던 아이는 동생들을 먼저 챙기는 멋진 언니가 돼 있기도 하다. 관객 앞에서 선보이는 무대공연은 늘 떨리기 마련이다. 때론 대사를 잠시 잊기도 하고, 등퇴장을 제 때 못하고 머뭇거리다 객석에 큰 웃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난 뒤의 모습은 너무나 감동스럽다. 한 학기 동안 함께 뒹굴어온 친구들, 언니 오빠들, 동생들과 얼싸안고 헤어지기가 아쉬워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다음에도 꼭 같이 하자고 손가락을 걸어둔다.

이 아이들에게서 다음 세대의 희망을 확인한다. 마냥 어리기만한 응석받이가 아니라 건강한 공동체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그리고 예술교육이 아이들의 이러한 가치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확신한다. 최근 들어 인문학 강좌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건 살면서 놓치고 있었던 가치를 다시 발견한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문학이 주된 내용으로 다루는 사람, 역사, 철학, 예술은 결코 특별한 사람들만이 안고 가는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적용될 삶의 가치를 찾아주는 매력을 지녔다. 인문학을 상실한 참담한 결과를 우리는 매일 접하고 산다. 세월호가 그렇고 총기사건이 그렇고 OECD 자살률 1위가 그렇다. 이는 인문학의 배척으로 소중한 삶의 가치를 찾지 못하고 풍요로운 삶을 가꾸지 못한 까닭이다.

댓글 0

"교육의 눈-예술체험의 놀라운 효과"의 첫댓글을 달아주세요!

댓글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849 [인천신문] 우보 민승기 기증작품 특별전 2008.08.22 1798
848 [경인일보]어디서든 미술과 소통하라 2008.08.26 1797
847 [컬쳐뉴스]로컬리티와 세계적 미술관 2008.08.27 1795
846 [인천신문] 여름방학 막바지 뮤지컬 즐겨요 2008.08.18 1790
845 [인천일보] 미술관과 국제도시 2008.08.20 1790
844 [인천일보]강화조력발전소 타당성 재검토를 2008.09.07 1787
843 市, 문화재단 독립성 훼손 2008.07.24 1783
842 잇단 우환…속 끓는 인천공항 2008.08.25 1780
841 [인천신문] 수봉공원 인공폭포 1단계 마무리 2008.09.05 1780
840 도서관 민간위탁 "활성화"vs"희생양" 2008.07.24 1774
839 [인천신문]‘올드&뉴’ 한 무대에 2008.08.27 1771
838 [경인일보]경인운하 건설 내년초 재개 2008.09.03 1770
837 [문화일보] 한국문화예술委 2기 위원 10명 선임 2008.09.18 1756
836 [인천일보] 인천·경기 문화재 관리 '구멍' 2008.09.10 1753
835 [경향신문] 그린피스 ‘직접행동’ 힘 받는다 2008.09.12 1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