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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의 미추홀-황병식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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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일보                                                 조우성 webmaster@incheonilbo.com                                2014년 08월 22일 금요일

선생의 그림을 대하면 언제나 안온해 진다. 안온함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그 선과 색채의 환타지는 언제나 자연이다. 황혼의 갯벌, 물결치는 바다와 같은 자연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것들은 자연 그 자체가 아니다. 또 하나의 인간적 진실인 '내면 속의 자연'이다. 

▶그런 점에서 세상을 보는 선생의 시각은 인체의 솜털 하나까지를 그대로 그려내는 극사실주의와는 다르다. 사물이 눈에 보이는 그대로 존재한다는 차원이 아니다. 이념의 과잉이거나 현실적 이해의 포로가 되어 스스로 망치가 되거나 낫이 되는 혁명도 꿈꾸지 않는다.

▶"예술이란 사람의 마음 깊숙이 빛을 주는 것이고, 화가란 모든 것을 뜻대로 그릴 수 있는 사람이다. 예술은 유행이 아니다. 서커스나 쇼도 아니다. 오로지 사람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진실을 표출하는 수단이다" 이 같은 지론은 '과장되지 않은 색조와 정갈한 필치'로 나타난다.

▶그것은 유년기에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 건너간 후 겪었던 순탄치 못한 학창시절과 사랑하는 애인과 화구(畵具)를 잃었던 상실의 시기, 연옥 같은 6·25전쟁 등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목도하게 된 한 '인간 진실'에 의해 갖게 된 예술적 자세였다고 이해된다.

▶김흥수 화백은 선생의 작품을 "구질구질한 세밀 묘사에 얽매이지 않고 널찍널찍한 색면 추구로 조형성을 의도하고 있다. 그렇다고 과장이나 왜곡으로 사물을 일그러뜨리지도 않는다. 술잔으로 조금씩 목을 축이며 낮은 목소리로 얘기하시는 모습을 그대로 연상시켜 준다"고 했다.

▶선생과 예술은 그렇듯 하나였다. 제물포고 미술 교사를 하다가 정년을 앞둔 어느 날 홀연히 전업 작가의 길에 나섰던 것도 시대적 고난과 개인적 불운 속에서 '인생을 허비해 왔다'는 자성을 하며 내린 결단이었고, '완도' 귀향 후에도 붓을 놓지 않고 예술혼을 불태웠던 선생이셨다.

▶그제, 선생의 부음을 전해 들었다. 향년 88세. 연전에 가 보았던 완도 화실 앞에 아득히 펼쳐져 있던 갯벌이 더불어 떠오른다. 참, 아득했다. 인생이 그렇다. 하지만, 예술가로서의 선생의 그 융융한 정신세계와 작품은 길이 기억되리라 믿는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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