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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강원도의 힘 1-모리정미소(백년가게)


강원도의 힘 1-모리정미소(백년가게)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NPO-U9 change 사무총장

  • 기자명 기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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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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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면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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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강원도 여행은 모두를 설레게 한다. 바다와 산, 강이 있고 순박한 사람들이 있기에 기분 좋게 하는 힘이 강원도의 힘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강원도 사람이 처음과 끝이 같다고 살면서 느낀다. 영화 속(동막골·강릉) 사투리나 실제 사투리나 살다 보니 순박한 수줍음을 가지고, 올해도 산불의 아픔을 겪고 잘 이겨 내고 있는 강원도. 양간지풍으로 인한 2000년 강릉산불, 2017년 삼척산불, 2019년 고성산불 등 엄청난 피해를 입고 견디고 버티는 곳이 이곳이다. 

강원도는 묵묵히 자기의 삶을 이어가고 있고 티를 내지도 않으면서 아픔을 참고 있는 지역이다. 관광객보다 지역을 위해 일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곳, 막국수의 장인, 닭갈비의 장인 등 정말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이 많다. 

산불 피해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동해시가 마련한 ‘더 바른 캠핑 페스타’(5월 13∼15일)는 한국캠핑문화연구소(소장 석영준)와 한국관광공사가 후원하는 행사다. 망상해수욕장 인근에 차박(車泊) 캠핑객 100여 팀이 참여한 가운데 동해시의 새로운 관광지(망상 오토캠핑장 부근)를 알리고, 오토캠핑 차박문화 조성을 위한 축제 같은 행사였다. 캠핑과 함께 캠핑 안전교육, 해안변 환경정화활동, 지역 관광지 체험, 전통시장 방문, 관내 소상공인 업체 이용 영수증 이벤트, 참여자의 소원을 담은 연날리기 체험 등 다채로운 행사가 산불 피해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면서 진행됐다. 코로나19로 2년이나 늦었지만 준비하는 과정, 보이지 않게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이 행사에서 백년가게인 ‘모리정미소(1949년 영업)’의 3대 사장님인 진호일 대표를 만나는 기회를 얻는다. 개인적으로도 영광이고 좋은 인연을 만나게 돼 행사 참여가 즐거웠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모리정미소 대표 내외분은 순박한 모습에 전형적인 강원도 사람이었다. 행사가 진행되면서 사소하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기부자인 모리정미소 사장님 내외분이 움직이시는데, ‘머리보다는 몸이 기억하시는 분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감동과 열정으로 가슴이 벅차고, 고맙고 안쓰럽고 어찌할 줄을 몰라서 우두커니 바라보면서 "아, 이래서 3대가 이어오는 백년가게가 되는가 보다"라는 진한 감동으로 몸 둘 바를 모르고 있었던 행사 관계자들…. 

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던 것도 어느 정도 진 대표 내외분 덕분임을 이 기회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제조업종을 제외하기에 백년가게라는 이름 없이 그냥 노포(老鋪)로만 기억되고, 70년에 넘는데도 아무런 호칭(백년가게·이어가게 등)도 없이 묵묵히 쌀에 대한 자부심으로 승부를 거는 모리정미소. 3대째 이어오면 어찌 아픔이 없으리요만, 자신이 도정(搗精)한 쌀을 꾸준히 나눔의 행사에 기부한다. 2020년 4월 수도권 지역 4곳과 대구를 비롯해 천안에서 기부행사를 통해 모리정미소에서 햅쌀 1t을 ㈔U9 change와 무료 쌀과 함께 ‘힘내라 천안’, ‘먹고 힘내요’와 같은 응원문구도 전달했다. 기부는 말처럼 쉽지 않다. 돈이 많고 지위가 높아서 하는 것은 아닌데,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자신보다는 남에게 따뜻함을 전하는 것이 기부다. 나누고 베풀고 힘이 되고 격려가 되는 것이 기부이고 기부문화다. 산불의 간접적 피해로 침체된 지역경기를 활성화하고, 지역 소외계층을 위한 따뜻한 마음의 모리정미소도 더불어 사는 사회의 실천 모델이기에 고맙고 안쓰럽다.

"자신만이 아니라 강원도 지역의 쌀 생산 농가들과 동반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작은 열정이라도 보내고 싶다"며 수줍게 웃는 모리정미소 대표 내외분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던 행사였다. 

강원도의 힘을 강원도의 ‘우직함’과 ‘노포’라고 글을 쓴다. 산불을 이겨 내는 강원도의 힘이 코로나19를 이기는 힘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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