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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골목상권과 더불어 살기


골목상권과 더불어 살기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객원논설위원 2019.12.25
이명운 객원논설위원자영업자의 겨울은 올해도 무척 길 것 같다. 최저임금 상승, 주52시간제 도입 등 자영업자의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자영업자들의 노력과 삶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TV 프로그램이 인기인데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다.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후미진 상권을 소개하면서 그 지역을 알리고 자영업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따뜻한 프로그램이다. 그 프로그램의 특성은 방송출연 가게만 알려지고 다른 곳은 상관없는 것이 아니고 방송출연 가게로 인해 그 주변상권이 살아나는 파급효과를 강조하는 점이다. 대기하던 사람이 주변 다른 가게도 찾게 되고, 그래서 방송에 나온 가게가 거점이 되고, 그 주변으로 파급되는 효과를 계속 강조한다.

서울 한옥마을이 유명세를 타면서 거주자들의 생활권 침해 문제가 불거지면서 투어나 관람시간을 제한하고 관람예절을 주문하고 있다. 이화동 벽화마을에서도 사라진 꽃과 물고기계단의 물고기는 주민들의 반발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주민과 내방객의 갈등이 문제가 된 것이다. 통영의 동피랑 마을도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동피랑 마을은 마을 살리기 센터를 중심으로 주민과 자영업자의 합치로 문제를 최소화해 그 지역의 중심명소로 자리 잡았다.

낙후돼 가는 지역이 예술가와 지역주민들의 작은 양보가 그 지역이 살아나는 효과에 힘을 더한 것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방송출연 가게로 인해서 자연스레 주변 상점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나름의 원칙을 계속 강조한다. 골목식당을 통해 출연한 식당만이 사는 것이 아니고 그 주변지역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더불어 살기는 나보다는, 남에 대한 배려가 우선해야 한다.

지난해 방송 중 포방터시장(서대문구 홍은동)편에서 음식에 대한 진정한 고민과 자기 열정이 사람들에게 가슴으로 다가섰던 돈가스 사장님 이야기가 있다. 새벽부터 줄을 서면서 소음문제, 주차문제, 주변상점과 갈등(?) 등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면서 포방터를 떠나 제주도에서 새롭게 장사를 시작한다. 돈가스 집이 장사가 잘되면서 그 주변 사람들과의 적지 않은 민원과 갈등이 장사를 접고 다른 곳으로 떠나야 했던 이유 중 하나인 듯하다. 1970년대 상권을 형성한 포방터시장은 방송 전에는 유명하지 않았지만 돈가스 집으로 방문객이 늘어나는 추세였다. 하지만 그곳을 떠나 제주로 이사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주민들과 소소한 갈등인 듯싶다. 다 알 수는 없지만 대기하는 분들의 주차와 소음, 주변상점의 달갑지 않은 시샘과 시기 등 다양한 불만 사항이 돈가스 집을 이전하게 만든 듯하다.

골목식당에서는 맛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살기를 강조하고 있다. 골목식당의 방법이 최고이거나 최선은 아니지만 우리가 공감할 수 있다. 출연가게만 유명해지는 1차적 문제가 아니고 그 지역상권이 다 같이 더불어 사는 방식의 2차적 문제까지도 고려한다. 통영 동피랑 마을은 거주민들과 내방객의 갈등이 발생해 곳곳에 홍보안내문이 붙어 있다. ‘아픈 할머니가 있으니 조용히 해 달라’, ‘소음을 자제하자’ 등 서로가 상생하는 방안을 마을 살리기센터에서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공생하고 있다. 마을의 벽화는 2년마다 새롭게 바뀌고 있으며 센터를 중심으로 주민과 자영업자의 협치를 꾸준히 이끌어내는 더불어 사는 방식이 정착하고 있다.

이웃과 같이 살면서 인사도 없고, 주차 문제로, 층간소음 등으로 갈등이 만연한 지금 배려가 없고 시기와 질투로 장사를 접고 그곳을 떠난다면 다음 입주자는 그 지역에 어떤 선입관을 가질 지 궁금하다. 우리 동네가 좋은 동네로 소문이 날 때 주민들의 자존감이 높아지지 않을까? 인심 좋은 동네라고 소문이 나고 서로 인사하고 이웃이 좋은 동네, 더불어 사는 동네로 알려지면 집값도 올라갈 것 같은데…. 김장을 하면 동네잔치가 되고 동네가 하나 되던 예전처럼, 이기심과 삭막함이 가득한 것이 아니고 조금 더 이해하고, 조금 더 나누고 조금 더 베푸는 그런 동네를 만드는 것이 도시재생의 원칙으로 자리잡을 수는 없을까.

떠나는 사람보다 들어오는 사람이 많은 좋은 동네로 만들고자 한다면 그 지역의 스토텔링과 이웃에 대한 배려가 가득해야 하고, 그 지역이 살아나며 건강하게 재생될 것이다. 조금 더 배려하고 너그러워지는 새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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