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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배다리 역사문화마을을 생각하며


배다리 역사문화마을을 생각하며

박상문/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

19-09-09 07:38ㅣ 박상문 (psm29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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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지하)관통도로 지상부지 ⓒ강영희

 
‘배다리’, 오래전 인천의 근대개항기에는 이곳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 배들은 서로를 엮어서 다리가 되어 마을을 이어주었다. 이곳은 건너편 싸리재를 넘어 경동, 답동, 내동, 관동을 지나는 중앙통의 일본인들과 인천 부자들이 살던 동네와는 달리 인천부 서민들이 살았던 곳이다. 그래서 배다리는 인천사람들에게는 삶의 역사가 있는 정체성을 지닌 지명이다. 해방 후에도 이곳은 꿀꿀이죽과 헌책방이 있어 서민들에게는 애환을 보듬어 준 삶터이며 배움터로서 인천 서민들의 희망이음터’였다. 그런데 20년 전, 인천시는 송도신도시와 청라신도시를 잇는 도로를 개설하기위해 100년 넘게 이어 온 희망이음터 배다리를 끊어 놓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이 배다리 관통도로는 2010년 배다리 주민들과 지역사회의 반대로 8년간 공사가 멈춰있다.

필자는 ‘배다리를 지키는 시민모임’을 시작했던 2007년도를 돌이켜보았다. 친구 박영대와 후배 박현주가 따로 똑같이 “배다리마을에 산업도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마을을 둘로 가르고 지나가서 마을에 난리가 났다. 이대로 있다가는 배다리가 지니고 있는 역사성 또한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니 배다리를 지켜야 한다.”라는 요청에 응답하고 마을주민들과 인천지역 문화단체들이 협력하여 ‘배다리를 지키는 시민모임’을 결성하였다. 당시 시민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았던 필자는 2년간 활동을 하다가 대표직은 마을 주민대표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여 물러났다.
 
최근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배다리 관통도로’를 둘러싼 인천시와 마을주민 간 갈등이 공사중단 8년 만에 극적으로 일단락됐다는 소식이다. 인천시는 ‘동구 송현동~중구 신흥동 간 연결도로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협의회’를 열어 미착공 3구간에 대한 공사 재개를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남춘 시장은 배다리 현장에서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배다리는 지난 20년 동안 인천의 대표적인 갈등지역이었지만, 오늘부터는 민관협치의 대표적 사례가 됐다”며 “이번 민관 협의를 발판으로, 인천의 다른 오랜 현안들을 차근차근 풀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인천 배다리 산업도로 갈등은 인천지역사회에 대표적인 미해결 사안이었기에 이 소식은 지역사회로부터 환영받을 일이다. 특히 이해당사자인 마을 주민들에겐 매우 기쁜 소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기쁜 소식 뒤에는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한다. 협약과정에 배다리시민모임, 마을 주민들 간의 완전한 내부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마을 주민들끼리도 합의과정에 내부갈등이 발생하여 급기야 배다리 마을공동체에서 동지이자 친구로 지내왔던 대표적인 세 분이 서로간의 의견차로 마음의 상처를 달래고 있다는 것이다. 전언을 종합해 보면 이번 합의는 더 이상의 내부 갈등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협의에 임했다는 것이다.
 
배다리 마을공동체는 어떤 곳인가? 주민들은 8년간 거리에 나서서 주먹 불끈 쥐고 난생 처음 데모가를 불렀다. 지역내 천주교회, 기독교, 시민단체를 찾아다니면서 마을의 평화를 위해 기도를 하였다. 어르신들은 노구에도 불구하고 엄동설한에 천막노숙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공사를 강행하는 거대한 포크레인 앞을 온몸으로 막아서기까지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자신들의 권익을 스스로 지켜내는 일을 하였으며 배다리의 가치를 찾아내 역사문화마을공동체를 만들어내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어떤 연유로 마을공동체 일원들 간에 이견과 반목이 생겨났는지 안타까운 일이다.
 
마을공동체에도 대의민주주의가 작동해야 마을의 현안을 결정하고 진행하는데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배다리마을공동체가 이번 인천시와 합의과정에서 어려운 결정을 도출한 것은 비록 마을 내부의 갈등이 있었지만 마을의 미래를 위해 애쓴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배다리를 지켜온 일은 마을의 평화와 주민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이다. 모든 분들이 만족할 만한 합의서가 아니기에 내부갈등이 생긴 것이고, 협상을 마무리 하기위해 정치적 묘수로 내부갈등을 이용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는 내부 평가도 있음을 안다. 그러나 시작이 반인 것처럼 시작도 하기 전에 그동안 이뤄왔던 공동체를 이탈하거나 누구하나 논의과정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배다리역사문화마을 만들기는 관주도로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켜왔던 마을공동체의 단합된 힘을 이제부터 더 좋은 배다리마을공동체를 이뤄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번에 협약된 내용을 보면 배다리마을공동체가 민선 5기 시정부와 민선 6기 시정부에 제안하고 대응해 왔던 주요 내용들이 합의되었다. 게다가 8년 전, 그리고 3년 전에 배다리마을공동체가 주장했던 배다리 3구간 지하화와 지상공간에 대한 활용을 주민협의체에서 운영하도록 명기하였다는 것은 매우 진일보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8년간 배다리에는 유형적으로 변한 것이 별로 없다. 하지만 현재 배다리에는 무형적으로 엄청난 변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그간의 활동으로 배다리는 인천의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는 역사문화마을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고,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기운들이 움트고 있다는 것을 간파할 수 있다.
최근에 발생된 내홍은 배다리마을공동체에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좋은 약일 수 있다. 지금은 더 많은 요구 보다 더 좋은 의견을 나누는 마을공동체를 꾸리는 일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함께 애써왔던 마을활동가들은 마을공동체가 하나 될 수 있도록 서로를 이어주는 매개자 역할에 전념해야 한다. 결론은 주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더욱 단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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