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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인천에서 동네 한 바퀴


인천에서 동네 한 바퀴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객원논설위원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9년 04월 17일 수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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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영화 ‘서편제’ 이후 슬로시티에 관심이 생겨나고 알려지고 천천히 거닐면서 자기 고장을 알리는 붐이 시작됐다. 천천히 걸어보면서 주변에 관심을 가져보고 관심이 있는 것에 이야기를 더하는 것이 스토리텔링이 된다. 스토리텔링에 의해 관심 없이 지나던 장소가 명소가 되고, 사람들이 찾으면서 지역명소가 되기도 한다. 부평역 근처에는 전국에 몇 남지 않은 아날로그 음반 가게가 있다. 한 청년의 인생사가 담긴 음반가게로 회자(膾炙)된다. 그곳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쉼터다. 1990년 문을 열면서, 취향을 공유하는 모임이 흔하지 않던 시절에, 자주오던 단골들과 음악 감상회를 만들면서 하이텔, 천리안 등 PC통신 시대와 같이 했던 음반가게.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되팔러 오던 손님들의 음반을 사주면서 중고 코너를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아는 사람만 아는 인천의 명소 중 하나다. 그곳에서 십여 분 걸어가면 한국식 빈티지를 만날 수 있는 인천이라고 정착한 독립출판물을 파는 서점이 있다. 두 서점지기의 의기투합으로 서점 주인이 좋아하는 것만 모아서 판매하는 서점이다. 독립출판물, 엄선된 신간과 중고 책, 포스터와 엽서, 그리고 외국 빈티지 소품과 의류 등, 인천을 닮은 빈티지한 책을 모으고 팔고 있다. 그 옆에서는 인문공간도 있다. 돈보다는 인천에 미친 사람인 듯하다. 그들이 있기에 그 동네가 풍성해지는 것 같다.

 또 근처에 음악캠프를 하는 가족도 있다. 부평의 록 음악을 알리는 라이브카페가 있고 맛있는 빵을 만드는 빵집이 있다. 천천히 걸어보고 부평의 역사를 보고 배우며 지역을 사랑하는 동네 한 바퀴 이야기다. 지역마다 동네이름의 유래와 동네의 역사를 갖고 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동네 한 바퀴를 권해 본다. 산책하면서 내가 사는 동네에 관심을 가진다면 내가 사는 동네가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인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다양한 방법으로 나름 인천을 사랑하고 있다. 입으로 사랑하는 사람, 몸으로 사랑하는 사람, 더불어 같이 사랑하는 사람, 뒤에서 사랑하는 사람. 뒤에 묻어서 사랑하는 사람, 글과 그림, 사진과 문화와 예술로 사랑하는 사람들, 자신의 영역에서 나름 사랑하고 있다고 인천인임을 자랑한다. 인천사랑은 자유이고, 방법과 수단은 다를 수 있지만, 그 사랑하는 원칙과 바닥에는 나보다는 인천이 우선돼야 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천을 보호막으로 하고 자신은 숨어서 시민을 호도한다면 엄청 나쁜 사람이다.

 인천에는 강남이 없다. 그런데도 인천의 강남을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강남(江南)은 강의 남쪽 즉, 한강의 남쪽이 강남이다. 인천에는 해남(海南)과 해북(海北)은 있을지 몰라도 강남은 없다.

 신포동에서 신포시장 먹거리와 개항장 역사를 살핀다면 중구가 명소가 될 것이고, 미추홀구의 백제 역사를 이해한다면 방문객에게 그 역사를 설명해주는 것이 지역을 사랑하는 방법일 것이다. 추억이 남아 있는 노포에서 그 역사를 이어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 노력은 인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 인천에서 태어났다고 인천사람이 아니듯이, 타 지역에서 인천에 왔다고 그 사람이 인천사람이 아닌 것이 아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사랑하되, 내 욕심보다 인천이 우선된다면, 지금보다 인천이 더욱 좋아지지 않을까. 발걸음을 멈추고 찬찬히 주변을 보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넘쳐날 때, 인천이 좋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사랑하기 위해서 한 발짝 다가서는 인천 사람이 넘쳐날 때 더욱 살기 좋은 인천이 될 것이다.

 인천에서 동네 한 바퀴를,「아주 오래된 서점(카쿠다 미쓰요, 오카자키 다케시 저)」에서 한 구절 빌려서 표현해 본다,

 "헌책방 순례의 목적은 그저 책을 사러 가는 것이 다가 아니다. 가게에 이르기까지의 풍경 구경도 재미 있고, 기분도 즐겁다. 책을 읽듯 거리를 읽는다. 헌책방을 향해 낯선 거리를 걸어가는 기분은 좋아하는 작가의 학수고대하던 신작을 펼치는 느낌과 비슷하다. 살며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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